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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불청객’ 괭생이모자반이 화장품으로 변신한다. 해변에 방치돼 매년 봄 제주 어민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괭생이모자반이 화장품 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환경과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색해온 평균 연령 20세 건국대 학부생 7명의 연구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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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생이모자반은 톳과 비슷하게 생긴 갈조류로, 암초 밑에서 자란다. 해류를 타고 매년 중국에서 적게는 400t, 많게는 1만t에 육박하는 양이 제주도 해안에 밀려온다.

괭생이모자반은 봄마다 제주도 해변을 뒤덮는데다 쉽게 썩는다. 부패 과정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벌레가 꼬여 관광객이 발길을 끊게 만든다.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올 때 목이나 발에 걸리는 일도 잦다.

몇 년 째 지역 사회의 골칫거리인 괭생이모자반은 번식력이 높고, 세포 조직이 튼튼한 탓에 천적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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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는 2021년부터 3년 간 2억5600만원을 들여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했다. 수거한 괭생이모자반 처리도 골치다. 해조류 특성상 수분과 염분을 가득 머금고 있어 소각이 힘든 것이다.

소각을 위해선 물기와 소금기를 제거하는 ‘탈염’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제주도에는 탈염 시설이 없다. 그래서 수거 후 퇴비화하거나 자연건조분해과정을 거치는 식으로 처리한다.

건국대 학부생 7명으로 이뤄진 창업팀 토버스(Towbus)는 괭생이모자반의 촉촉함에 주목했다. 괭생이모자반과 같은 해조류는 수분을 가둬 표면을 미끈미끈하고 촉촉하게 유지해 주는 ‘후코이단’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후코이단은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갈조류에만 있는 식이섬유 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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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후코이산의 보습 능력을 활용해 고체 형태의 세정 용품인 ‘샴푸바’와 ‘바디바’를 개발했다. 이 아이디어로 토버스는 지난달 2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글로벌 창업 경진대회 ‘헐트 프라이즈’에서 한국팀 중 유일하게 TOP8에 선정되기도 했다.

원료 수급은 제주도 해녀들이 담당한다. 해녀들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해 오면 토버스가 임금을 지불하는 식이다. 인당 월 6만원 정도로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소일거리로 활용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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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생이모자반을 함께 수거하자는 이들의 제안에 제주 어촌은 환영했다. 어촌 주민들은 “제발 저 굿것(나쁜 것) 누가 좀 아져가줍써(가져가달라)”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토버스가 해녀들과 함께 2년간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은 전부 약 800㎏. 토버스는 제주도와의 연계를 통해 점차 수거량과 참여 인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바다 생물에서 나온 성분을 활용한 ‘바다 화장품’의 대중화가 목표다. 해양 자원을 원료로 한 바다 화장품은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토버스 대표 박지현(19, 화장품공학과 1학년 재학)씨는 “지금 화장품들은 주로 육지에서 유래한 자원들을 활용하고, 바다자원이라고 하면 왠지 비릴 것 같다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며 “앞으로도 괭생이모자반같이 버려지는 해양자원의 활용가치를 찾고, 바다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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